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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제6장 봉산(封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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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일지』 제1권 첫 장, 병진년 사월 초삼일

오늘 국(局)을 열었다. 국원은 열한 명이다. 문서를 아는 자 셋, 셈을 아는 자 둘, 손을 아는 자 여섯이다. 창고에는 쌀 사백 석과 돈 이만 냥이 있다. 건물은 없다. 오늘 한 일은 땅을 골랐고 자를 만들었다. 자 두 개를 만들었고 하나를 버렸다. — 기록 서유구
정조유신 6화 제6장 봉산(封山) — 헤더컷

한주혁은 삼척으로 돌아갈 때 백서른두 명을 데리고 갔다.

그중 예순은 장용영에서 차출한 군사였고, 마흔은 광주 분원과 안성에서 뽑은 사기장·유기장이었으며, 스물은 한양의 과거 낙방 유생이었다. 나머지 열둘은 관상감과 산학청에서 뽑은 중인이었다.

유생들을 뽑을 때 그는 조건을 하나 걸었다. 세 번 이상 낙방한 자만 지원할 수 있다.

박제가가 물었다.

"어찌 그런 조건을 두시오. 잘하는 자를 뽑아야 하지 않소."

"잘하는 자는 지금 자리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저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원자가 사백 명 넘게 몰렸다. 한주혁은 그중 스물을 뽑았는데, 시험 문제가 딱 하나였다.

— 이 방 안에 쌀알이 몇 개인지 헤아릴 방법을 쓰라. 다 세지 말고 답하라.

한 되를 세어 무게를 재고 곱하라고 쓴 자가 열여덟이었다. 그중 실제로 오차가 얼마나 날지를 함께 적은 자가 셋이었다. 한주혁은 그 셋을 맨 앞줄에 세웠다.

그중 하나가 열아홉 살 이경묵(李景默)이었다. 훗날 조선 최초의 화학자가 되는 자다.


삼척은 그가 기억한 것보다 험했다.

관동대로는 대관령에서 끊겼다. 정확히는 사람은 넘을 수 있고 짐은 넘을 수 없었다. 그는 백서른두 명과 짐 삼백 바리를 옮기는 데 스무 날을 썼고, 그 스무 날 동안 소 열한 마리와 사람 둘을 잃었다.

첫 사망자였다.

박씨 성의 인부와 김씨 성의 인부. 백복령 아래 벼랑에서 짐을 진 채로 미끄러졌다. 한주혁은 그날 밤 장부를 펴고 첫 장에 그 두 이름을 적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서유구가 물었다.

"그것은 무슨 장부입니까."

"사람이 죽으면 적을 장부입니다."

"…왜 적으십니까."

"세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 되니까요."

서유구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그리고 사십 년 뒤, 그 장부의 마지막 장을 자기 손으로 덮게 된다.


도계에 들어선 것은 오월이었다.

한주혁은 이 골짜기를 알아보았다. 일 년 전 그가 떨어졌던 곳에서 삼십 리 남짓이었다. 산이 갈라진 자리에 검은 띠가 드러나 있었다. 지층이 비스듬히 잘려 나가 절벽면에 검은 층이 노출되어 있었고, 그 층이 골짜기를 따라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그것을 보고 한참 서 있었다.

노두(露頭)였다. 석탄층이 땅 위로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가 배운 바로 삼척탄전의 노두 연장은 육십 리가 넘었다. 시추도 탐사도 필요 없었다. 곡괭이만 있으면 되었다.

그는 검은 덩이 하나를 주워 손으로 부쉈다. 손이 검게 물들었다.

옆에 있던 인부가 말했다.

"그건 태워도 냄새만 나고 못 씁니다요. 여기 사람들은 안 씁니다."

"…왜 안 씁니까."

"불이 안 붙습니다. 나무가 훨씬 낫지요."

한주혁은 웃었다.

무연탄이었다. 착화점이 높아서 그냥 불을 대면 붙지 않는다. 풀무로 강제 송풍을 해야 붙는다. 그리고 붙으면 목탄보다 오래 타고 화력이 세다.

조선 사람들은 오백 년 동안 이 골짜기를 지나다니면서 그것을 밟고 다녔다. 몰라서가 아니었다. 태울 이유가 없어서였다. 나무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왜 검은 돌을 태우겠는가.

이유를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장만복은 그를 죽이려 했다.

정확히는, 그가 이끄는 광군 예순 명이 밤에 진영을 포위했다. 삼척 도계 일대의 잠채는 십 년 넘게 장만복의 것이었다. 조정에서 사람이 왔다는 것은 곧 잡혀간다는 뜻이었다.

한주혁은 무장한 장용영 군사들에게 무기를 내려놓게 했다.

그리고 혼자 걸어 나갔다.

"장 두목이오?"

어둠 속에서 사내가 나왔다. 서른여덟이었고 어깨가 넓었으며 왼쪽 눈 위에 흉터가 있었다. 갱이 무너져 생긴 자국이었다.

"…뉘시오."

"어사요."

"그럼 나를 잡으러 왔소."

"아니오. 데리러 왔소."

장만복이 코웃음을 쳤다.

"관에서 하는 말을 내가 믿을 성싶소."

"믿지 마시오. 대신 하나만 묻겠소."

한주혁이 검은 돌을 들어 보였다.

"이 골짜기에서 이게 가장 두껍게 나오는 데가 어디요."

장만복의 표정이 변했다.

"…그건 왜 묻소. 그건 돈이 안 되오. 은도 아니고 동도 아니고—"

"내가 사겠소. 한 섬에 열 냥."

"…무어요?"

"한 섬에 열 냥. 캐는 대로 다 사겠소. 대신 조건이 있소."

"…"

"두목 밑에 사람이 몇이오."

"…예순쯤."

"예순으로는 모자라오. 오백을 모으시오. 갱은 내가 시키는 대로 파야 하오. 버팀목을 세우고, 바람 구멍을 뚫고, 사람이 몇 시진 들어갔는지 적어야 하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나에게 보고해야 하오. 숨기면 목을 베겠소."

장만복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나리. 갱에서 사람 죽는 걸 누가 세오. 세면 일이 안 돌아가오."

"그러니까 셀 거요."

한주혁은 그를 정면으로 보았다.

"두목. 나는 두목을 사면(赦免)해 줄 수 있소. 벼슬도 줄 수 있소. 지금 하는 일을 나라 일로 만들어 줄 수 있소. 그런데 그 대신 두목이 나에게 줄 것이 하나 있소."

"…무엇이오."

"숫자요. 정확한 숫자."


정조유신 6화 제6장 봉산(封山) — 전환컷

장만복은 사흘 뒤에 왔다.

그리고 한주혁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삐뚤빼뚤한 언문이었다.

— 열두 골짜기. 두꺼운 데 셋. 제일 두꺼운 데 사람 키 두 길. 물 나는 데 넷.

한주혁은 그것을 오래 보았다.

"글을 아시오?"

"…쓸 줄만 아오. 배운 적은 없소."

"누가 가르쳐 줬소."

"…죽은 마누라가."

한주혁은 그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게 조선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광산 도면이오."

장만복이 어정쩡하게 웃었다.

"…도면은 무슨. 낙서지."

"낙서가 아니오. 이것은 재산이오. 오늘부터 두목이 아는 것을 전부 이렇게 적으시오. 아는 사람만 알면 그 사람이 죽을 때 같이 죽소. 적어두면 나라가 갖소."

그것이 『삼척약조』 제4조 — 혼자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 가 태어난 자리였다.


『삼척일지』 제3권, 정사년 팔월 십구일

유리 가마 제일호가 무너졌다. 사시(巳時) 무렵 아궁이 왼쪽 벽이 밀려나면서 쇳물처럼 녹은 것이 쏟아졌다. 국원 두 명이 화상을 입고 그날 밤에 죽었다. 이름은 조판돌(趙判乭) 스물둘, 최판쇠(崔判釗) 열아홉. 형제간이다. 총재가 밤새 앉아 있었다. — 기록 서유구

한주혁이 유리를 첫 번째 과제로 삼은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유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온도를 재려면 온도계가 있어야 하고, 온도계에는 유리관이 있어야 한다. 산을 다루려면 유리 그릇이 있어야 하고, 별을 보려면 렌즈가 있어야 하고, 진공을 만들려면 유리 종이 있어야 한다. 조선의 학문이 오백 년 동안 관념에 머물렀던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담을 그릇이 없어서였다.

둘째, 조선에 재료가 있다. 삼척 근덕에 규석이 있고, 원덕에 고령토가 있고, 도계에 석회석이 있고, 강원도 해안에 소금가마가 삼백 곳 있다.

셋째 — 그리고 이것이 그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유였다 — 그의 안경이었다.

렌즈는 언젠가 깨진다. 깨지지 않아도 그의 눈은 늙는다. 마흔여덟이었다. 오 년 안에 노안이 온다. 그때 조선에 안경알을 깎을 사람이 없으면, 그는 아무것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반쪽짜리가 된다.

그의 머릿속에 든 이백 년이 통째로 사라진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최연을 만난 것은 병진년 시월이었다.

관영 옹기소에서 사기장 마흔을 뽑아 왔는데, 그중 최씨 집안이 다섯이었다. 아비와 아들 셋, 그리고 딸 하나.

딸은 명부에 없었다. 딸린 식구로 따라온 것이었다.

한주혁이 그녀를 처음 본 것은 가마 앞이었다. 열여섯 살 난 처녀가 가마 아궁이에 얼굴을 들이대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자세가 이상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아주 오래.

"…무엇을 보시오."

처녀가 놀라 물러났다.

"소, 송구하옵니다."

"묻는 것이오. 무엇을 보고 있었소."

"…불빛이옵니다."

"불빛에서 무엇을 보오."

처녀가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지금은 잘 익은 살구빛이온데, 조금 더 있으면 흰 기가 도옵니다. 흰 기가 돌면 다 된 것이고, 흰 기가 돌기 전에 열면 설익사옵니다."

한주혁은 그 자리에 못 박혔다.

색온도였다.

흑체 복사. 물체가 뜨거워지면 빛이 붉은색에서 주황, 노랑, 흰색, 파란색으로 옮겨간다. 그것은 물리 법칙이었고, 조선에 알려진 적이 없었으며, 이 처녀는 그것을 눈으로 하고 있었다.

"…살구빛이면 몇 도쯤 되오?"

"도가 무엇이옵니까."

"…아니오. 그럼 이렇게 물읍시다. 그 살구빛에서 흰 기가 돌기까지 얼마나 걸리오."

"가마마다 다르옵니다. 이 가마는 반 각쯤이옵니다."

"어찌 아시오."

"…열두 해를 봤사옵니다."

열여섯인데 열두 해를 봤다고 했다. 네 살 때부터 가마 앞에 앉았다는 뜻이었다.

한주혁이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오."

"…연이라 하옵니다."

"성은."

"…최가이온데, 소인은 이름이 따로 없사옵니다."

한주혁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유구를 불렀다.

"이 사람을 명부에 올리시오."

서유구가 붓을 들다 멈췄다.

"…총재. 여인이옵니다."

"압니다."

"명부에 여인을 올린 전례가 없사옵니다."

"약조 제1조를 읽어보시오."

서유구가 대답하지 못했다.

『삼척약조』 제1조. 재고 묻지 않는다(不問門地). 반상을 묻지 않고, 적서를 묻지 않고, 남녀를 묻지 않고, 화이를 묻지 않는다.

그날 최연(崔蓮)이라는 이름이 조선의 관문서에 처음 올랐다.

격물소 소속, 무품(無品), 나이 열여섯.

격물소 소속, 무품(無品), 나이 열여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