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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제23장 세 개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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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 제십칠권 「미분(未分)」

조선이 이 열 항목을 다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백오십 년이 아니었다.

정조유신 17화 제23장 세 개의 유산 — 헤더컷

예순두 해였다.

둘째 — 제이십이권 「셈틀」

이 권은 훨씬 짧다. 서른한 장뿐이다.

그리고 조선의 어떤 국원도 스무 해 동안 이 권을 진지하게 읽지 않았다.

내용이 시시해 보였기 때문이다.

— 셈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것이다.

— 셈하는 기계는 이미 있다. 주판이 그것이고 톱니로 만든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이 한 걸음마다 손을 대야 한다.

—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게 하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 시킬 일을 적어 둘 자리. 둘째, 도중 결과를 담아 둘 자리. 셋째, 조건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을 바꾸는 장치.

— 세 번째가 핵심이다. 만약 이러하면 저기로 가고 저러하면 여기로 가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면 그 기계는 셈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게 된다.

— 시키는 일은 구멍으로 적는 것이 편하다. 종이에 구멍을 뚫어 있고 없음으로 적는다. 있고 없음 둘만으로 모든 수와 모든 글자를 적을 수 있다. 그 방법을 부록에 적는다.

— 처음에는 톱니로 만들라. 톱니는 느리다. 그다음에는 전기 자석으로 만들라. 자석은 톱니보다 백 배 빠르다. 그다음에는 유리 안을 비우고 그 안에서 전기가 흐르게 하는 물건으로 만들라. 그것은 자석보다 만 배 빠르다.

마지막으로, 유리를 없애고 돌 위에 새기라. 돌은 유리보다 다시 만 배 작다. 이것은 내가 살던 때의 일이며, 어떻게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

— 이 기계가 왜 필요한가.

— 사람들은 이것을 셈에 쓸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아니다.

— 이것은 세는 데 쓰인다.

— 나라가 백성을 세고, 곡식을 세고, 병을 세고, 죽음을 센다. 지금 조선은 그것을 사람 손으로 한다. 십만 명이 붓을 들고 한다. 그래서 십 년에 한 번밖에 못 한다.

— 이 기계가 있으면 그것을 해마다 할 수 있다. 달마다 할 수 있다. 날마다 할 수 있다.

— 그때 이 나라는 백성 하나하나를 알게 된다. 누가 어디 살고 무엇을 먹고 언제 아팠는지를 안다.

—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으로 굶는 사람을 찾아내고 병드는 마을을 미리 안다.

— 그리고 그것은 나쁜 일이다. 같은 장부로 사람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는 이미 그것을 한 번 했다. 신유년에 마흔한 개의 이름 앞에서.

— 그때 나는 종이 한 장을 보고 골랐다. 이 기계가 있으면 이천만 장을 보고 고를 수 있다.

부디 이 기계를 만들기 전에 그것을 누가 쓰는지를 먼저 정하라. 순서를 바꾸면 늦는다.

셋째 — 하권 제육권 「종장」

이 권은 열두 장이다.

그가 죽기 사흘 전에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쳐 직접 썼고, 그가 죽은 다음 날 봉인되었다.

봉인이 풀린 것은 이백 년 뒤다.


『삼척일지』 제112권, 갑오년 시월 초닷새

총재 한주혁이 죽었다. 여든여섯이었다. 사흘 전부터 붓을 들지 못했고, 어젯밤에 정신이 흐려졌다가 오늘 새벽에 맑아졌다. 맑아진 동안 세 사람을 불렀다. — 기록 이경묵

죽기 전날 밤, 그는 서유구를 불렀다.

일흔이었다.

"…부총재."

"예, 총재."

"장부를 가져오시오."

서유구가 사망 장부를 가져왔다.

이제 그것은 열두 권이었다. 서른아홉 해의 기록이었다.

한주혁이 물었다.

"…몇이오."

"…사천육백여든셋이옵니다."

한주혁이 눈을 감았다.

"…내가 살린 사람은."

"…셀 수 없사옵니다."

"…세시오."

"…"

"세시오. 그것도 세시오. 나는 죽은 사람만 세고 산 사람은 세지 않았소. 그것도 틀린 것이오."

서유구가 붓을 들었다.

"…그리고 이것도 적으시오. 마지막으로 하나 적으시오."

"…예."

"장부의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으시오."

— 한주혁. 여든여섯. 사인: 늙음.

— 이 사람은 자기 이름을 이 장부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


이튿날 새벽, 그는 얀 안복을 불렀다.

서른셋이었다. 죽은 네덜란드인의 아들이었고, 어머니가 삼척 사람이었으며, 코가 높고 눈이 갈색이었다. 격물소 제조였다. 최연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안복이."

"예, 총재님."

"…내가 자네 아비에게 약속한 것이 있소."

"…"

"자네가 크면, 아비가 왜 죽었는지 거짓말하지 않고 말해 주겠다 했소."

안복이 고개를 숙였다.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서 부총재께 들었습니다. 제가 열다섯 되던 해에."

한주혁이 오래 침묵했다.

"…내가 직접 말했어야 했소."

"…"

"…미안하오."

안복이 고개를 저었다.

"총재님.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총재님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가 궁금합니다."

"…말하시오."

"아버지가 편지에 무섭다고 쓰셨다지요."

"…그렇소."

"무엇이 무서우셨을까요."

한주혁은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정조유신 17화 제23장 세 개의 유산 — 전환컷

"…나도 무섭소."

"…예?"

"서른아홉 해 동안 무서웠소. 하루도 안 무서운 날이 없었소."

"…무엇이 무서우십니까."

한주혁이 눈을 떴다.

"…이것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모른다는 것이."


세 번째로 부른 것은 장세용이었다.

이 년 전 의정원에서 그를 이긴 사람이었다. 마흔넷이었고, 광무국 부총관이었으며, 잠채꾼의 손자였다.

방에 들어선 장세용은 무릎을 꿇었다.

"…공. 신을 부르셨습니까."

"…부총관."

"예."

"…내가 그날 졌소."

"…"

"이 년 동안 생각했소. 그대가 옳았는지 내가 옳았는지."

장세용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 쪽입니까."

한주혁이 웃었다.

"…모르겠소."

"…"

"그런데 하나는 아오."

"…"

"그대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옳은 것은 앞으로 삼십 년쯤이오. 그 뒤에는 그대의 답이 틀린 답이 되오. 답이 틀려지는 시점을 그대는 못 알아볼 것이오. 답을 낸 사람은 자기 답이 틀려지는 걸 못 봅니다."

"…"

"그러니 부총관. 그대 대신 그것을 볼 사람을 하나 키워 두시오. 그대에게 반대하는 사람으로 키우시오."

장세용이 절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명심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장세환은 아버지의 논리를 그대로 물려받았고, 반대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갑오년 시월 초닷새, 유시.

한주혁이 죽었다.

정조가 죽은 것과 같은 시각이었다.


장례는 국장에 준했다.

의정원이 그에게 시호를 올렸다. 측명(測明). 재어서 밝힌다는 뜻으로, 정조가 삼십구 년 전에 내린 자를 그대로 썼다.

무덤은 삼척 도계, 첫 번째 가마가 있던 자리 옆에 썼다.

비석에는 그가 생전에 정한 대로 열두 자만 새겼다.

測而後知 知而後行 行而後悔

재고 나서 알았고, 알고 나서 행했고, 행하고 나서 뉘우쳤다.


정약용은 이 년을 더 살았다.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글이 『만물지서』의 발문(跋文)이다.

— 나는 이 사람을 사십 년 알았다.

— 사람들이 나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 그는 우리에게 불을 준 사람이 아니다. 불은 원래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불이 무엇인지 알려 준 사람이다.

— 그런데 불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사람은 반드시 불로 무엇을 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는 그것을 정해 주지 않았다. 정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몫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그 몫을 잘 감당할 자신이 없다.

— 이 글을 읽는 후세의 누구든, 만약 우리가 그것을 그르쳤거든, 그를 탓하지 말고 우리를 탓하라.

— 다만 이것 하나는 그의 잘못이다. 그는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한지를 가르치면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았다.

— 아니, 가르치려 했을 것이다. 우리가 듣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서부터 백 년은, 조선사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가르쳐지고 가장 적게 설명되는 시기다. 학교에서는 이 시기를 "따라잡은 시대"라 부른다. 틀린 말이다. 조선은 이 시기에 따라잡은 것이 아니라 떼어놓았다. 그리고 떼어놓는 일이 어떻게 세계를 무너뜨렸는지는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 — 편찬자 주


『만국형세도(萬國形勢圖)』 서문, 무술년(1838) — 의정원 통상국·병기국 합동 편찬

이 지도는 땅을 그린 것이 아니라 힘을 그린 것이다. 나라마다 사람 수, 쇠 생산량, 배의 톤수, 나라 세입, 은 보유량, 대학의 수, 책의 발행량,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나라가 한 해에 새로 만들어 내는 물건의 종류 수를 적었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앞의 것들은 그 나라의 현재이고, 마지막 것은 그 나라의 십 년 뒤다.

한주혁이 죽고 네 해 뒤, 조선 의정원은 세계 전체를 재기 시작했다.

『만국형세도』는 조선 최초의 국가 전략 문서다. 이백사십 쪽이었고, 마흔한 나라를 다뤘으며, 편찬에 여섯 해가 걸렸다. 자료는 역관과 연행사와 왜관과 광저우의 조선 상관이 십오 년 동안 긁어모은 것이었다.

결론은 표 하나로 요약되었다.

조선영국프랑스아라사미리견
인구(만)2,0502,6003,4005,6001,70041,000
선철 생산(만 톤)12130352025미상
국가 세입(만 냥)8906,2005,1002,8001,4003,600
증기기관 대수1,10027,0005,0009003,0000
대학·전문학당1912389440
새로 만든 물건 수(연)340906012553

마지막 줄이 조선 전략의 전부였다.

조선은 사람이 영국의 팔 할, 쇠가 영국의 십분의 일, 돈이 영국의 칠분의 일이었다.

그리고 한 해에 새로 만들어 내는 물건의 가짓수가 네 배였다.

그리고 한 해에 새로 만들어 내는 물건의 가짓수가 네 배였다.